먼 길 달려온 상춘객, 꽃길 앞에서 발 묶여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일대 주요 벚꽃 구간에서 모 OTT 플랫폼 드라마 제작진이 집중 촬영을 진행하면서 수백 명의 상춘객이 접근을 통제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전 공지 없이 이른 오전부터 통제선이 설치됐고, 일부 구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넘게 통행이 금지됐다. 벚꽃 절정 시기에 맞춰 원정 방문한 관광객들의 항의가 잇따랐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로 관련 게시글이 퍼지면서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장 반응: “안내판 하나 없이 5시간 길막”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제작진은 당일 달맞이길 일대 벚꽃 포토존을 중심으로 통제선을 치고 스태프가 일반인 접근을 막았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했다는 A씨(35)는 “포털 벚꽃 개화 정보를 보고 비행기까지 탔는데 정작 꽃길은 통째로 막혀 있었다. 현장에 안내판 하나 없었고, 왜 막혔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부산 시내에서 방문했다는 B씨도 “오전 내내 기다렸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관광지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성수기 공공 명소에서 무단 길막이 말이 되느냐”, “지자체는 허가를 어떤 조건으로 내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해당 장소의 실시간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통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원인 분석: 공지 의무 없는 허가 시스템의 맹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사전 공지 부재 ▲성수기 장소 선정의 부적절성 ▲지자체 관리 감독 공백을 꼽는다.
현행 공공장소 촬영 허가 제도는 지자체의 사전 승인을 요건으로 하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고지 의무 규정은 없다. 미디어 정책 연구자 C씨는 “촬영 허가 시 현장 공고문 게시나 지역 관광 안내 앱을 통한 사전 알림 등 최소한의 고지 조건을 허가 요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벚꽃 개화기 달맞이길 일대는 하루 수만 명이 방문하는 부산의 대표 관광 명소다. 도보 관광 특화 구간을 절정기에 장시간 통제한 것은 공공성 측면에서도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이 인파 밀집 시간대를 피한 심야·새벽 촬영 등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이드라인 부재…업계·지자체 모두 숙제
이번 논란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 공공 관광 자원의 관리 체계 미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공공장소 촬영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와 현장을 운영하는 제작진 모두 성수기 관광객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촬영 업계와 지자체 양측에서 성수기 공공장소 촬영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관광지 이미지 실추와 지역 상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편집자주